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개인 포스트시즌 통산 첫 세이브를 올린 이승진

2018년 가을, SK 와이번스는 가을의 가장 높은 곳인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14.5라는 큰 경기 차를 뒤집고 정규 시즌 우승팀인 두산 베어스를 꺾으며 전무후무한 업셋 우승을 달성했다. 6차전까지 가는 혈투 동안 김태훈, 정영일 등 많은 SK 불펜 선수들은 위기를 잘 넘기며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유일하게 끝까지 벤치를 지킨 선수도 있었다. 그는 그때의 자신을 회상하며 불펜 문을 열어주는 문지기라 표현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한국시리즈에서 세이브까지 올리는 활약을 하며 두산 불펜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 자리에 서있는 걸까.

 

야탑고의 에이스, 그러나 부상에 발목 잡히다

이승진은 고교 2학년 시절 야탑고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프로 입단 동기인 박민호와 이건욱과 더불어 SK의 1차 지명 후보로 떠올랐다. 충분히 상위 라운드 지명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이승진은 3학년 때 잔부상에 시달리며 2학년 때의 퍼포먼스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에 스카우터들의 관심은 멀어져 갔고 결국 지명 순위는 7라운드 전체 73순위까지 밀렸다. (SK 지명) (같이 1차 지명 후보로 떠올랐던 이건욱과 박민호는 각각 1차 지명, 그리고 2차 3라운드에 SK에 지명됐다.)

 

빠르진 않았지만 느리지도 않았던 성장세

입단 후 첫 두 해 동안 이승진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 2014년엔 53이닝을 던지며 7.30, 2015년엔 38이닝을 소화하며 8.05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했고 팀의 기대받는 유망주로 떠오르지 못했다. 그러자 그가 선택한 것은 군입대였다. 2015시즌이 종료된 후 상무에 지원한 이승진은 시험에 합격하여 상무 야구단에서 군생활을 시작했다. 2년간의 시간 동안 그는 부상 없이 무사히 전역했고 군대라는 관문을 헤친 그를 기다린 건 1군 무대였다. 2018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그는 강력한 패스트볼과 낙차 큰 커브를 선보이며 당시 손혁 투수코치와 트레이 힐만 감독한테 주목을 받았다. 그러자 동시에 팬들에게도 이름을 조금씩 알리며 가능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훌륭한 직구와 커브를 구사하며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은 이승진

감격의 프로 데뷔전

스프링캠프 끝에 이승진을 맞이한 건 퓨처스리그였지만 그는 머지않아 1군의 콜업을 받았다. 퓨처스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1패 2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8.49), 스프링캠프 때 힐만 감독은 그의 구위를 눈여겨 봐뒀기에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2018년 5월 1일에 콜업을 받은 그는 그날 바로 데뷔전을 가졌다. 삼성과의 경기, 9회 말에 올라온 이승진은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의 깔끔한 투구 내용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이 경기로 팬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줬고 특히 커브가 인상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꾸준한 출장 기회 누적되는 경험

5월 1일 콜업된 이후 이승진은 꾸준한 출장 기회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었다. (6월 10일까지 12경기 등판) 그리고 6월 23일엔 kt를 상대로 커리어 통산 처음으로 선발로 등판해 4이닝 2실점이라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해주기도 했다. 데뷔 첫 프로 무대여서인지 그는 시즌이 진행되는 도중 1군에서 말소되는 일도 있었지만 좋은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고 그를 토대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승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데뷔 시즌에 프로 데뷔 첫 승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이승진 2018시즌 성적

34경기 등판 (2경기 선발), 0승 1패 41.1이닝 37삼진 평균자책점 4.57 fip 5.60 whip 1.48 war 0.56

 

타이트한 경기, 출장할 수 없었던 신인 투수

SK는 2018시즌을 2위로 마치며 플레이오프에서부터 가을 야구를 시작했다. 맞상대는 3위 한화를 3승 1패로 꺾고 올라온 당시 넥센 히어로즈였다.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동안 경기 최종 점수가 4점보다 많이 난 적이 없을 정도로 팽팽한 흐름이었기에 이승진은 마운드에 오를 기회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SK는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 한국시리즈에서도 흐름은 비슷했다. 어느 한쪽이 좀처럼 쉽게 가져가는 경기가 나오지 않으며 이승진은 한국시리즈에서도 불펜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SK는 다시 한번 두산을 꺾으며 팀 창단 후 4번째 우승을 달성했고 이승진 또한 엔트리에 승선했었기에 출장은 없었지만 우승 반지를 받았다. 그 후 그는 구단 유튜브에 출연해 스스로 자신을 반지 도둑이라 칭하며 팬들에 웃음을 안겼고 내년 시즌의 활약을 다짐했다.

 

꽃을 피우지 못했던 2년 차

우승 반지까지 손에 얻으며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친 이승진의 다음 해는 더욱 기대되었다. 하지만 이승진은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좋은 구위를 가졌음에도 제구가 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19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고 그동안 허용한 사사구는 무려 13개였다. 그의 구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에 코칭 스탭과 팬들 모두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결국 그는 시즌이 종료되기 한참 전인 8월 1일에 말소된 이후 다시 콜업을 받지 못했다. 

 

커리어의 터닝 포인트

좋은 구위를 가졌음에도 제구가 잡히지 않으며 실패한 사례는 너무나 많았기에 이승진의 2020 활약을 기대하는 팬들은 적었다. 그리고 퓨처스에서 시즌을 이어가던 중, 2020년 5월 29일, 그의 프로 커리어에 터닝 포인트를 맞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재원이 부상으로 이탈한 후 불안해진 포수진을 보강하기 위해 SK 와이번스가 이승진과 권기영을 두산에 넘기며 이흥련과 김경호를 데려오는 2:2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 오프 시즌에 윤석민을 데려오기 위해 허도환을 넘겼던 SK였기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보가 아닐 따름이었다. 하지만 이는 이승진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이승진의 직구 평균 구속은 2018년에 비해 1km/h 정도나 떨어져 있었기에 다시 한번 차근차근 밸런스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2018 143.2km/h -> 2019 142.2km/h) (주무기인 직구의 구위가 떨어졌기에 2019 부진은 어쩌면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젊은 투수 유망주에서 불펜의 핵심 자원으로

이승진은 5월 29일 트레이드 후 3일 후인 6월 2일 날 바로 콜업을 받았다. 하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다. (2경기 1이닝 3피안타 2볼넷 3실점 27.00) 그러자 두산은 6월 5일 그를 말소하며 그에게 시간을 부여했다. (선발 수업을 받게 해 선발 쪽으로 키운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시 내려간 퓨처스에서 이승진은 24.2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다시 한번 가능성을 비췄고 두산은 그를 두 달여만인 7월 29일에 다시 한번 콜업했다. 7월 31일 kt전 0.2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필두로 그는 8월 4일 삼성전에서 플렉센의 대체 선발로 낙점되어 등판해 3이닝 4실점, 8월 15일 kt전에서 5이닝 1실점, 그리고 8월 21일 롯데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 7K의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무결점 피칭을 보이며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이후의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7.1이닝 동안 13점을 허용하며 플렉센이 복귀하자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실망스러운 마지막 두 번의 등판을 뒤로하고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이승진은 본격적인 활약상을 시작했다. 9월 한 달 동안 불펜에서 12.1이닝을 투구하며 단 3점 만을 허용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고 9월 13일 키움전에서는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두산 이적 후 첫 홀드를, 9월 24일 삼성전에서는 2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3년 만에 첫 승을 챙기는 경사를 누렸다. 9월의 활약상을 토대로 팀의 중요 불펜 자원으로 떠오른 이승진은 10월에도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16이닝 동안 9실점을 했지만 대량 실점을 기록한 10월 16일 키움전(0이닝 4실점)과 10월 22일 kt전(0.2이닝 4실점)을 제외하면 15.1이닝 동안 그가 허용한 점수는 단 1점이었다. 그 기간 동안 그는 1승과 4홀드를 수확했다. (대량 실점을 기록한 두 경기는 모두 패전)

 

좀 더 멀리 보고 키워야 할 것 같았던 투수 유망주가 터진 가장 큰 요인에는 투구 밸런스가 있었다. 2군에서 새로운 두산의 코치들과 생활한 이승진은 배영수 2군 투수 코치를 비롯해 다른 여러 코치들의 도움을 받으며 본인만의 투구 밸런스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직구 평균 구속은 2018년에 버금가는 정도가 아닌 상회하게 되었다. (2018 143.2km/h 2019 142.2km/h 2020 146.5km/h) 강력한 직구를 토대로 그는 훌륭한 불펜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포스트시즌 핵심 불펜 요원으로 등극

불펜에 앉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켜보던 것이 불과 2년 전이었지만, 그는 2020년 포스트시즌에서는 팀의 핵심 불펜 요원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한 그는 150km/h에 육박하는 직구로 0.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깔끔히 포스트시즌에 데뷔했다. 2차전에서는 2개의 사사구와 1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기도 했지만 0.1이닝을 1실점으로 버티며 역전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포스트시즌 데뷔 첫 홀드) 그 결과 두산도 승리하며 플레이오프 진출. 플레이오프에서의 등판은 3차전에 이뤄졌다. 팀이 1:5로 뒤진 점수에 등판하여 0.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이어진 4차전에서도 팀이 2점을 리드한 6회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통산 두 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그의 활약을 밑거름으로 두산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

 

한국시리즈에 올라서도 이승진은 여전히 여러 번 얼굴을 펼치며 활약하고 있었다. 1차전에서는 팀이 3:4로 뒤지고 있는 7회 2사 후에 등판해 8회 말에 한 점을 허용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진 못했지만 2차전에서는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홀드를 챙겼고 3차전에서는 2차전에 부진한 이영하를 대신해 경기를 마무리 지으며 데뷔 첫 세이브를 한국시리즈에서 기록했다. (1.1이닝 무실점) 4차전에서도 등판했는데, 투구 내용은 좋지 못했다. (0.2이닝 1실점) 11월 23일 기준 마지막 경기에서의 활약은 좋지 못했지만 워낙 좋은 공을 던지기에 시리즈 끝까지의 활약이 기대되는 그이다.

 

이승진은 차근차근 성장하다가 한번 고꾸라졌지만(2019년) 다시 한번 딛고 일어서며 결국엔 팀 불펜 자리 한 자리를 꿰차는 데 성공했다. 이런 그의 성장세와 공은 보는 팬들을 즐겁게 하고 그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하게 만든다. 두산 불펜의 핵심으로 떠오른 그의 앞으로의 마운드에서의 활약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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