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 후 첫 10경기, 팀의 비약적인 상승과 하락을 보여줄 만한 시기에 유일하게 SK 와이번스는 개막전 패배와 더불어 8연패를 기록하며 끝없는 바닥만을 보여주고 있다. (SK의 8연패는 2016년 김용희 감독 체제의 8연패 이후 최다 연패 기록이다.) 특히 SK는 작년만 하더라도 비록 막판에 두산에게 정규 시즌 우승을 내주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강팀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추락에는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도대체 무엇이 말썽인 걸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프로 야구의 개막으로 가슴 설레었을 SK 팬들 마음에 초반부터 대못을 박게 된 것일까.
SK 와이번스 8연패 일지
5/7: 한화전 8:4 패배 (패전 김주한)
5/8: 롯데전 9:8 패배 (패전 김주한)
5/10: 롯데전 4:0 패배 (패전 김태훈)
5/12: LG전 9:5 패배 (패전 킹엄)
5/13: LG전 14:2 패배 (패전 핀토)
5/14: LG전 3:2 패배 (패전 김주온)
5/15: NC전 6:2 패배 (패전 서진용)
5/16: NC전 2:1 패배 (패전 김주온)
*8연패 기간 동안 LG에게는 18년 만의 스윕승을 허용
-무너진 불펜

작년 SK 와이번스의 불펜은 셋업맨 서진용, 김태훈과 새롭게 나타난 마무리 하재훈의 활약에 힘입어 키움 두산에 이은 불펜 평균자책점 전체 3위를 기록했다. (3.69) 허나 올 시즌에 들어서자 SK 와이번스의 불펜은 등판하는 날마다 실점을 허용하는 이른바 점수 자판기로 전락해버리며 많은 패배의 원흉이 되고 있다. (실제로 SK의 선발진은 킹엄과 핀토가 등판했던 두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해 주며 제 몫을 해주었다.) 특히 직전 시즌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서진용의 부진이 SK에게는 가장 뼈아팠다. 롯데와의 2연전에서 모두 등판한 서진용은 같은 타자에게 두 번 연속으로 무너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롯데의 마차도. 2019시즌에는 피홈런 2개만을 허용하며 특급 불펜의 위용을 뽐낸 서진용이었지만, 올 시즌은 롯데전에서만 연이틀 마차도에 홈런을 허용하며 시즌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2019시즌 기록에 타이를 이루었다. 서진용이 허용한 홈런 두 개 또한 결정적인 상황에서 허용한 홈런이었다. (동점 솔로 홈런, 4점 차로 달아나는 쐐기의 투런 홈런) 더욱이나 김광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태훈이 계투에서 선발로 보직을 변경한 상태이기 때문에 믿을맨으로 불펜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그의 부진은 불펜 방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불펜 투수 평균 자책 (5/16 기준)
김택형 63.00, 김주한 36.00, 서진용 15.75, 김세현 9.00, 김주온 6.75, 박민호 5.40, 하재훈 4.50, 김정빈 0.00
물론 그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마무리 하재훈 또한 작년 초반에 보여줬던 150km를 육박하는 속구를 잃어버리고 현재는 140km의 초중반의 공을 뿌리며 불안한 증세를 계속해서 등판할 때마다 노출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패배로 인해 마무리의 보직을 맡고 있는 하재훈은 아직 정식으로 두 번 밖에 등판하지 않았다.) 또한 김주한과 김택형은 오프 시즌 동안 아웃 카운트를 잡는 법을 까먹은 것인지 올라올 때마다 무수한 피안타와 실점, 그리고 끝내기 폭투라는 질 낮은 투구를 하며 팬들의 분노를 샀다. 둘은 현재 2군에 머물러 있다. 누군가 부상으로 이탈하거나 그들이 2군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올 시즌에는 더 이상 이 둘이 1군 마운드에 오를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박민호 또한 작년에 보여줬던 수준급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활약을 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차 드래프트에서 야심 차게 데려온 것처럼 보였던 김세현은 팀에 도움은 커녕 민폐만을 끼치고 현재는 마찬가지로 2군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군제대한 뉴페이스들의 활약이라는 점인데, 강속구를 뿌려대는 우완 정통파 김주온과 마찬가지로 좋은 공을 던지는 좌완 김정빈이 그 주인공들이다. 만약 불펜진이 여기서 많이 나아지지 못한다면 이 둘이 조금 더 큰 보직을 맡아야 될 시기도 머지않아 올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스가 된 전력 보강

김광현, 산체스, 소사, 작년 시즌 1,2,3선발을 담당했던 에이스급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갔음에도 SK는 전력 보강을 위해 fa 시장에 뛰어들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루머가 계속 생산되기는 하였지만, SK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발 뒤로 물러나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데에 그쳤다. 답답한 행보에 의문을 표한 팬들에게 프런트는 2차 드래프트와 트레이드, 그리고 내부 육성을 통해 전력을 보강하겠다는 예전부터 한결같이 반복된 뜻을 내비쳤고 실제로 몇몇의 선수를 영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건 유감스럽게도 단 한 명도 없다. 다들 플러스 전력이 되는 것은 고사하고 부진과 부상으로 이탈하며 팀 전력에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력 보강을 위해 영입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노장의 선수였고 또한 염경엽 감독이 넥센 시절 함께 했던 선수들이었다. 때문에 다른 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기회에 무리하며 데려온 그들의 부진으로 생긴 분노는 염경엽 감독에게도 향하고 있다.
2차 드래프트 선수 영입:
채태인 (1B), 정수민 (SP), 김세현 (RP)
트레이드 영입:
kt 윤석민 (1B) (<=> sk 허도환 (C))
내부 육성:
김창평 (2B), 정현 (SS)
윤석민은 연습 경기에서 팀 내 타자들 중 제일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지만, 막상 시즌에 돌입하니 가장 부진하고 있다. (5/16 기준 18타수 2안타 0.111) 채태인 또한 일발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1루수 백업 및 대타 자원 역할로 많은 기대를 받으며 영입했지만, 시즌 초반부터 부상 악령에 씌며 이탈이 확정되었다. (8타수 1안타 0.125) 김세현의 경우에는, 앞서 말했듯, 올라올 때마다 실점을 허용하며 방화범의 표본을 보여주고 2군행을 통보받았다. 정수민은 아직 제대로 1군에서 선보일 기회조차 없었다. 김세현, 윤석민, 채태인은 모두 염경엽 감독이 넥센 시절에 같이 데리고 간 선수들이었고 이번에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며 데려온 것으로 보였으나 현재까지의 결과는 참담하다. 팀의 도움이 되어야 하는 베테랑들이 오히려 팀의 로스터 자리를 낭비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내부 육성 또한 위태 위태하다. SK는 직전 오프 시즌에 키스톤 콤비 내부 육성을 선언하며 다른 키스톤 자원 영입에서 철수했다. (안치홍, 김선빈, 오지환) 하지만 SK는 올 시즌 리빌딩이 아닌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우승을 도전하는 팀이 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키스톤 콤비를 그 해에 발굴해 팀 전력으로 발돋움하게 한다는 목표 자체는는 너무 운에 기대는 계획이다. 한 명이라도 잘 크지 못하는 때에는 팀 순위 결정에 큰 타격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안타깝게도 둘 다에게서 일어나고 있다. 지금 5월 16일 경까지 정현은 유격수 자리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고 있지만 타격에서는 발전의 필요성이 보인다. 김창평은 빠른 발을 앞세워 현재 5개의 도루를 기록 중이지만 2할 초반의 타격과 불안한 2루 수비를 반복하며 양 쪽에서 모두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fa 시장에서 보강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육성을 선택하고 낸 결과는 표본이 아직까진 적지만 매우 초라하다. 또한 염경엽 감독은 승부처 상황에서 이 둘이 타석에 들어서려 할 때 이들을 빼고 대타를 기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그것은 승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같지만 서도 이 유망주 둘이 조금 더 성장할 기회를 뺏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선수에게 좋은 공부가 되는 승부처 상황에서 성장을 해야 하는 선수를 빼버린다면 그것은 선수의 성장을 지연시킬 뿐이다.
-침체된 타선

팀 부진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싶다. 작년 시즌에는 고종욱과 중심 타자들이 적절하게 활약해 준 반면, 현재 팀 타선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있는 선수는 아무리 찾아봐도 한동민 한 명 밖에 보이지 않는다. SK는 5월 16일까지 8개의 팀 홈런을 기록 중인데 그중 한동민이 5개를 쳐냈다. (최정, 로맥, 오준혁 각 각 1개) 또한 개막 후 10경기에서 올린 총 29득점 중 한동민 혼자 11점을 냈다. 하지만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염경엽 감독은 계속해서 한동민을 5번 타순에 배치하고 앞에 타격감이 아직 올라오지 못한 최정, 로맥을 두며 타선의 흐름을 끊고 있다. 거기에다 팀의 타순은 매일 변하고 있는데 침체된 팀 분위기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는 좋으나 그것이 별 다른 효과 없이 계속 의미 없이 반복되기만 할 뿐이라면 역으로 타선 안정화에 역효과를 줄 뿐이다. 특히 고종욱의 부상 이탈과 노수광의 부진으로 인해 SK의 테이블 세터의 자리는 여러 선수가 돌아가며 기용되며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1번 타순에 배치된 선수:
정진기 (6), 김강민 (3), 노수광 (1)
2번 타순에 배치 된 선수:
고종욱 (5), 오준혁 (2), 윤석민 (2), 정의윤 (1)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윤석민과 정의윤의 2번 타순 배치는 다소 납득이 어려운 결정이다. 그들이 선구안이 뛰어나 출루율이 좋거나 타격감이 올라와 타격을 잘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는 그냥 좌우놀이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이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2번 타자로 나선 날의 상대 선발은 모두 좌완이었다; 임준섭, 차우찬, 김영규) 데이터 야구를 지향하는 요즘 시대에 단순한 좌우 놀이는 팬들의 이해를 사기 어렵다. 2번 타선에는 되도록이면 타격감이 현재 가장 좋은 한동민을 배치하는 것이 최선책으로 보인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한동민을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은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해도 될 정도로 활약이 전무하다. 그나마 김창평이 출루했을 때 활발한 주루 플레이를 펼치며 5개의 베이스를 훔쳐냈다는 것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최정은 현재 1할 대의 타율에 허덕이고 있고 로맥 또한 2할 후반대의 타율을 기록 중이긴 하나 홈런을 단 1개를 때려내는 데 그쳐 생산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정 1홈런 0.129 로맥 1홈런 0.270) 최정과 로맥은 직전 시즌 공인구 교체의 여파로 58개의 홈런을 합작하는 데에 그쳤는데 올해는 이 페이스로 간다면 더 감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팀의 반등을 위해서는 이 둘의 타격감이 하루빨리 올라와 주는 것이 팀에게는 가장 빠른 침체기 탈출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팀은 하루 빨리 고정 라인업을 만들어 가동시킬 필요가 있다.
개막 10경기를 치른 SK 와이번스
경악스러움을 떠나 이제는 실로 경이로운 추락이 아닐 수가 없다. 경기 승패를 떠나서 선발 투수들이 역투하는 모습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타선은 무기력하고 더 나아가서는 이기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불펜 또한 선발 투수들이 간신히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거나 승계 주자를 놓고 내려갔을 때 그들의 짐을 덜어주기는 커녕 너무나 쉽게 주자들의 진루와 득점을 허용하고 있다. 팬들은 그저 토종 선발들인 김태훈, 박종훈, 문승원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뿐이다.
프로야구 경기에도 져도 재밌는 경기가 있고 이겨도 재미없는 경기가 있다. SK는 현재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바로 지는 데 거기에 더불어 매우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것이다. 타선이 공격할 때에는 한동민을 제외하면 기대가 가는 선수가 없고 선발 투수가 내려가고 불펜 투수가 올라와 단 한 명의 상대 선수를 내보냈을 때에는 불안한 예감밖에 들지 않는다. 이러한 경기력이라면 관객 입장이 허용되고 어찌어찌 지금의 침체기를 벗어나더라도 SK 와이번스는 계속 무관중 경기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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