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플레이오프에서 플렉센의 강력한 투구와 베테랑 오재원의 타석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LG를 2연승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플레이오프로 올라온 두산, 그 기세는 kt와의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이라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보란 듯이 적중했다. 두산은 3차전을 제외한 1,2,4차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생각보다 손쉽게 한국시리즈 진출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반면 kt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라 그런지 공수 양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패배한 3경기에서 kt는 고작 3득점밖에 얻어내지 못하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플레이오프 4차전 동안 kt는 총 6개의 실책을 범했고 그중 절반은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저질렀다.)
플레이오프 1차전 새로운 에이스의 등장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격돌한 두 명의 투수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이미 한 차례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던 플렉센과 올해 신인 1년 차에 13승을 거둔 소형준이었다. 한쪽은 검증된 선발 투수, 그러나 다른 한쪽은 이제 막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딘 고졸 신인이었기에 그의 선방을 예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는 의외의 투수전 양상을 띄웠고 이는 7회까지 이어졌다. 소형준의 이러한 호투는 2007년 당시 두산의 mvp 다니엘 리오스를 상대로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7.1이닝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충격적인 피칭을 보여준 20살 신인 SK의 김광현을 연상시켰다.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고졸 신인의 씩씩한 호투에도 불구하고 kt의 타선은 플렉센에 꽁꽁 막히며 그의 호투에 응답해주지 못했다. (7회까지 단 3안타에 그친 kt)
8회가 되자 두산 타선은 점차 다시 깨어나는 모습을 보여줬고 김재환과 허경민이 8회 2사 후 올라온 김재윤을 두들기며 2점을 선취 득점하는 데 성공했다. 8회 본래 선발이던 쿠에바스까지 투입하며 승기를 가져가고자 했던 kt였지만 이는 악수로 작용했다. 하지만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kt 타선도 마찬가지였다. 8회 말 공격에서 배정대의 볼넷, 황재균의 2루타, 그리고 로하스의 고의사구로 2사 만루의 결정적인 찬스를 잡게 되고 이를 놓치지 않은 베테랑 유한준의 2타점 동점 적시타로 승부의 추를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이영하의 블론 세이브) 하지만 두산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9회 김인태가 조현우를 상대로 적시타를 쳐내며 다시 한번 3:2의 리드를 잡게 되고 이영하는 또 한 번의 블론을 허용하지 않았다. 1차전 두산의 승리.

비록 소형준은 승리를 가져가진 못했지만 이 경기는 그가 kt의 토종 에이스뿐만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선발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경기를 통해 그는 자신의 가치를 선보였고 앞으로의 성장과 활약을 기대케 했다. (6.2이닝 3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
플레이오프 2차전 탄탄했던 불펜진 기대를 저버린 에이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 팀은 끝까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는 좋은 경기를 하며 다음 경기들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1차전의 바통을 이어받을 투수들은 두산은 최원준, kt는 데스파이네였다. 데스파이네는 두산의 알칸타라를 대체해 kt가 야심 차게 영입한 외국인 에이스였고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성적을 냈다. (34경기 등판 15승 8패 4.33) 올 시즌 kt의 1선발을 책임진 그였기에 2차전 선발에서는 kt가 우위를 점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임무를 수행해주지 못했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막으며 산뜻하게 출발하는 듯했지만 2회와 3회, 2이닝 연속으로 실점을 범했고 5회에는 세 타자 연속 출루를 허용하며 무사 만루를 만들어 놓은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4이닝 7피안타 3사사구 4실점 9.00) 반면 두산의 마운드는 굳건했다. 선발 최원준이 2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3회 2사 후 로하스에게 우월 홈런을 허용하며 2:1의 추격을 허용했지만 후에 올라온 김민규, 박치국, 홍건희가 5.1이닝을 막아냈고 이영하는 9회에 등판해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이며 세이브를 따냈다. 두산의 2승. kt의 타선은 2경기 동안 침묵을 이어나가며 순식간에 팀을 시리즈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옛 추억(?)을 연상시킨 1차전과 2차전의 점수
두산이 가볍게 2승을 먼저 챙기며 시리즈를 리드하는 듯했지만 그 사이에서도 불안 요소를 짚는 팬들도 있었다. 바로 2009년 두산이 플레이오프에서 SK 와이번스를 만나 먼저 2승을 챙기고도 남은 3경기를 내리 패하며 씁쓸하게 가을 야구를 떴던 일이었다. 그때의 일이 언급된 이유는 두산이 승리했던 그 당시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의 점수와 올해 플레이오프 1, 2차전의 점수가 동일했던 것이다. (1차전 3:2 2차전 4:1) 2연승을 했음에도 쉽사리 안심할 수 없었던 요소였다. 그리고 하루의 휴식 기간이 지나고 3차전이 다가왔다.

플레이오프 3차전 팀을 구하는 에이스의 호투
1차전과 2차전을 내리패 하며 순식간에 kt는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놓였다. 1군 승격 후 6년 만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을 허무하게 날리게 생긴 것이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kt가 내세운 카드는 윌리엄 쿠에바스였다. 쿠에바스는 올 시즌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며 2년 연속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27경기 등판 10승 8패 4.10) 하지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2이닝 동안 2실점을 하며 패배의 원흉이 되었고 시즌 두산 상대 평균자책점 또한 5점대를 상회하며 호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쿠에바스 두산 상대 평균자책점 5.02) 하지만 쿠에바스는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4번의 삼자범퇴 이닝과 함께 3피안타를 제외하고는 두산 타선을 틀어막는 피칭을 보여주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하지만 kt타선은 경기 중반까지도 침묵하기 일쑤였다. 그가 호투하고 있음에도 상대 투수 알칸타라에 발이 묶이며 1, 2차전과 더불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7회까지 0의 행진)
드디어 응답한 kt의 타자들
막혔던 혈이 뚫리기 시작한 것은 8회였다. 9번 김민혁과 1번 조용호가 각각 2루수 땅볼과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후 황재균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고 이어진 로하스와 유한준이 연속 안타를 쳐내며 이번 시리즈 처음으로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지는 2사 1, 3루 찬스 마운드는 알칸타라가 내려가고 홍건희로 교체됐지만 초구부터 박세혁이 포일을 저지르며 kt는 너무나 쉽게도 한 점을 더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2:0) 이후 강백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냈지만 후속 타자 박경수마저 볼넷으로 출루하며 2사 만루 찬스를 잡았고 이 찬스에서 배정대는 중견수 방면으로 얕은 타구를 쳐냈다. 애매한 위치로 떨어진 공에 설상가상으로 중견수 정수빈이 그 공을 한 번에 캐치해내지 못하며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았다. 순식간에 더욱 벌어진 점수차 이제는 4:0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성우가 바뀐 투수 박치국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1이닝 5득점의 빅이닝을 완성했다. 이어진 8회 말 쿠에바스는 오재원에게 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그 외의 타자들을 깔끔하게 막아내며 8이닝 1실점이라는 대단했던 투구의 끝을 마쳤다. 두산은 경기 끝까지 8회에 내준 점수들을 만회하지 못했고 kt는 포스트시즌 팀 통산 첫 승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를 4차전으로 끌고 갔다.

플레이오프 4차전 아쉬운 수비들의 향연
선발진의 호투와 모처럼의 빅이닝, 간만에 투타가 조화를 이루며 승리한 3차전이었기에 4차전 또한 기대해볼 만했다.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kt가 내세운 선발은 2년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과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kt 토종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하던 배제성이었다. 그리고 2연승을 했지만 3차전에서 패하며 잠시 쉬어가게 된 두산은 유희관을 내세웠다. 두 투수 모두 준수한 토종 선발이었지만 유희관은 기량이 하향세를 타고 있었다. 올 시즌 역시 10승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지만 평균자책점은 5점대를 넘겼고 올 시즌 kt 상대 평균 자책점 또한 6.45로 부진했다. (하지만 배제성 또한 두산 상대 평균자책점은 6.00으로 좋지 못했다.) kt의 이강철 감독은 게임 시작 전 소형준 불펜 대기를 밝히며 총력전을 예고했고 두산의 김태형 감독 또한 마찬가지의 입장이었다. 1회 초 kt의 공격, 타자들은 3차전의 타격감을 유지하는 듯 유희관의 공을 잘 때려냈다. 테이블 세터인 조용호와 황재균이 연속 안타로 출루하며 초반부터 1, 2루의 큰 찬스를 만들었고 이어진 로하스 또한 11구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만들어내며 출루했다. 하지만 2루에 있던 조용호의 판단 미스로 홈으로 쇄도하다가 두산의 중계 플레이에 잡히고 말았고 이는 kt의 상승세를 순식간에 얼어붙였다. 두산은 유희관이 3타자 연속 안타를 맞자 바로 그를 내리고 김민규를 올리는 초강수를 뒀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홈에서 아웃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1사 2, 3루의 찬스, 그러나 유한준과 강백호가 각각 2루수 플라이와 삼진으로 물러나며 kt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큰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두산은 1회 말 공격에 들어서자 마찬가지로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박건우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이어지는 정수빈이 번트를 댔다. 그리고 투수 배제성의 실책이 나오며 무사 1, 3루의 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kt가 그러했듯이 후속타자 페르난데스가 삼진, 김재환이 병살타를 치며 허무하게 공격권이 넘어갔다. kt 또한 위기를 잘 넘기게 된 것이었다. 이후 두 팀은 0의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다 3회 말, 배제성이 김재호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박건우를 삼진 처리하자 kt 벤치는 그를 강판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힘겨웠던 1회를 넘어가고는 순항하는 듯 보였던 그였기에 벤치의 결정에 의문이 남았다. 배제성을 이어 등판한 조현우는 정수빈에게 초구를 던졌고 그를 받은 장성우가 2루를 훔치려던 김재호를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그리고 이어진 4회 말, 조현우는 2타자를 깔끔하게 잡고 김재환도 삼진으로 잡아내며 삼자범퇴 이닝으로 공수를 교대하는 듯했지만 장성우가 공을 빠트리며 낫아웃 출루를 헌납하게 되었다. kt 벤치는 이런 상황이 연출되자 그를 내리고 불펜에서 대기한다던 소형준을 등판시켰다. 그리고 이 결정은 이 날의 결정적인 악수로 작용했다. 소형준은 조현우를 이어 올라와 맞이한 첫 타자 최주환과 5구 승부 끝에 투런 홈런을 얻어맞았고 이는 이 경기의 결승점이 되었다.
초반 공격 찬스를 못 살렸던 탓일까, kt의 타선은 4.2이닝 동안 유희관을 이어 올라온 김민규에게 철저하게 막혔다. 6회는 이승진에 막혔고 7회부터는 1차전에 등판했던 플렉센이 등판해 3이닝 동안 kt 타선을 봉쇄하며 경기를 마쳤다. 스코어는 2:0. 영봉패를 당하며 초반 찬스를 못 살린 것, 배제성을 너무 빨리 강판시킨 것, 그리고 장성우의 낫아웃 폭투 처리 등 여러 요소들이 너무나 아쉽게 되었다. 반면 두산은 선발 유희관이 0.1이닝 만에 강판당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김민규의 완벽투와 최주환의 결승 홈런에 힘입어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특히 김민규는 이 경기를 통해 야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아쉬웠던 첫 포스트시즌 무대
비록 1, 2차전을 내리 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하기에는 힘겨워 보였지만 3차전을 잡아냈고 4차전 또한 못 이길 경기가 아니었기에 마법사들의 첫 가을 야구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첫 포스트 시즌 무대를 경험한 만큼 얻어가는 것 또한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팀의 주축이지만 큰 무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강백호와 소형준이 무사히 포스트시즌 데뷔를 마쳤고 그 외의 다른 어린 선수들도 가을 야구를 경험하며 경험을 쌓은 것이다. 또한 비록 올해는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시게 되었지만 2020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했던 kt이기에 내년과 내후년이 더욱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2021의 kt는 2020년의 아쉬움을 털고 더욱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명불허전이었던 두산 베어스
한국시리즈 진출, 이는 오직 10개 팀 중에 2팀에게만 허락된 일이고 두산은 이를 6년 연속으로 해내는 데 성공했다. 시즌을 진행하는 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였으나 마지막을 밝게 장식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는 듯 노련한 경기력으로 LG와 kt를 차례차례 꺾으며 가을 야구의 가장 높은 무대에 다시 한번 발을 딛게 되었다. 두산의 6년을 빛낸 선수들이 이제 마지막을 향해가며 NC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마무리를 보여줄지 기대가 모인다.
'야구부 > KBO' 카테고리의 다른 글
| 6이닝 퀄리티 스타트, 본인의 본분을 다한 두 명의 에이스들 (0) | 2020.11.18 |
|---|---|
| 'Again 2016' 다시 만난 두산과 NC, 먼저 웃은 공룡 (0) | 2020.11.18 |
| [2020 준플레이오프 결산] 황금기 멤버들의 마지막을 빛내고 있는 두산, 그렇지 못한 LG (0) | 2020.11.16 |
| 사장, 단장,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 교체, 명예회복을 꾀하는 SK 와이번스 (0) | 2020.11.13 |
|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를 수놓은 두 명의 투수들 (0) | 2020.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