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과 공룡,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이미 한 번 맞붙은 전적이 있는 두 팀이 4년이 지난 2020년에 다시 한번 정상의 무대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2016년 한국시리즈는 두산 베어스의 완승이었다. 그 당시 두산은 KBO 팀 한 시즌 최다승과 최다 타점 기록을 갈아치우는 놀라운 페이스를 앞세워 유유자적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플레이오프에서 3승 1패로 LG 트윈스를 꺾고 올라온 NC를 4승 무패로 제압하며 압도적인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최다 93승, 최다 877타점) 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NC가 먼저 1승을 수확하며 저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동시에 NC는 이 경기를 통해 팀 창단 이후 첫 한국시리즈 승리를 거뒀다.)
2016년 두산의 무패 한국시리즈 우승을 가능케했던 결정적인 요인은 다름 아닌 탄탄한 선발진이었다. 1차전에 나선 더스틴 니퍼트가 8이닝 무실점, 2차전에 등판한 장원준이 8.2이닝 1실점, 그리고 3차전과 4차전에 나선 마이클 보우덴과 유희관이 각각 7.2이닝 무실점,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나성범, 테임즈, 박석민, 이호준으로 이어지는 NC의 강력한 타선을 시리즈 내내 봉쇄했다. (4경기 동안 NC가 올린 득점은 단 2점이었다.) 올해에도 두산은 20승을 거둔 알칸타라와 가을에 역투를 펼치고 있는 플렉센을 필두로 하는 준수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1차전에 등판한 알칸타라는 알테어에게 결승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정규 시즌에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며 20승까지 거둔 알칸타라였지만 가을 무대에서의 활약은 지금까진 영 시원찮은 모습이다.

알칸타라 등판 일지
(11/5): 4.1이닝 6피안타 3피홈런 2사사구 1삼진 4실점
(11/12): 7.2이닝 7피안타 2사사구 5삼진 3실점 (패전)
(11/17): 5.0이닝 7피안타 1피홈런 2사사구 2삼진 4실점 (패전)
도합 3경기 등판, 0승 2패 17이닝 11실점 평균자책점 5.82
초반부터 두산은 선취점을 내주며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처음부터 상대팀 주자를 득점권에 놓고 시작하는 위기 상황을 연출했고, 이를 놓치지 않은 NC의 상위 타선이 번트와 적시타를 때려내며 선취 득점에 가볍게 성공했다. (이명기 희생번트-나성범 좌중간 안타) 그래도 다행히 알칸타라는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이닝을 끝마쳤고 그 후 3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하며 팽팽한 경기 흐름을 이어나갔다. (루친스키는 3회까지 무실점 피칭)
그리고 4회, 2회와 3회를 잘 막은 알칸타라는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5번 박석민과 7번 권희동에게 몸 맞는 공을 기록했다. (6번 노진혁은 초구 1루 땅볼 아웃) 불안한 제구를 다시 잡아야 하는 상황, 그는 결국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공포의 8번 타자' 알테어에게 대형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비거리 130m) 점수 차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4점 차이로 벌어졌다. 이 한 방은 두산과 알칸타라에게 탄식을 부르는 너무나 뼈아픈 한 방이었다.
그래도 두산은 무기력하게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5회와 6회, 상대팀의 실책을 틈타 득점하며 추격을 시작했다. 5회 선두 타자 박세혁이 5구 승부 끝에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자 정수빈이 2루타를 치며 1사 2, 3루의 기회를 만들었고 박건우의 땅볼을 3루수 박석민이 에러를 범하며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후속 타자 최주환도 볼넷으로 출루하며 따라잡을 기회를 얻었지만 이어지는 페르난데스가 병살을 치며 아쉽게 공격을 마쳤다.) 6회, 이번에는 1사 1루 상황에서 양의지의 타격 방해 선언이 내려지며 타석에 있던 오재일이 출루하며 찬스를 잡았다. 다시 한번 찾아온 1사 1, 2루라는 좋은 기회에 박세혁은 1타점 2루타로 화답했고 점수차는 2점 차가 됐다. (5회와 6회, NC의 타자들은 나성범의 내야 안타를 제외하고는 출루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달아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김재호가 희생플라이를 쳐내며 한 명을 더 홈으로 불러 들였고 턱밑까지 NC를 추격해왔다.

다시 알 수 없게 된 경기의 향방, 하지만 이는 8회 말 NC가 나성범의 2루타와 박석민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추가하며 승기를 가져가게 되었다. 두산은 결국 9회 초 공격을 삼자범퇴로 마무리하며 경기를 뒤집지 못했고 따라갈 찬스를 잡았음에도 놓친 것에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페르난데스는 안타 하나를 치긴 했지만 두 개의 병살을 기록하며 팀 공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두산의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들이 침묵한 반면 NC는 나성범이 4안타 1타점의 활약으로 NC 타선의 공격 첨병 역할을 수행했고 알테어가 필요한 순간 한 방을 날려주는 해결사 역할을 해주며 1차전을 챙길 수 있었다. 선발로 나선 루친스키는 5.1이닝을 소화하며 3실점을 기록했지만 2개의 실책이 있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쳐줬다. 타이트한 점수 차를 잘 지켜낸 불펜진들의 공도 물론 컸다.
NC를 승리로 이끈 주요 선수들
나성범: 4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
알테어: 3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 1득점
루친스키: 5.1이닝 5피안타 4사사구 4삼진 3실점 1자책점
불펜진: 3.2이닝 2피안타 3삼진 무실점
NC의 승리로 끝난 한국시리즈 1차전, 하지만 아직 한 경기에 불과하기에 섣불리 NC 쪽으로 시리즈 향방이 기울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산에게도 아직 뒤집을 만한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선제압을 성공한 NC가 조금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다음 경기로 넘어가게 된 두 팀, NC는 한국시리즈 2차전의 선발로 부상으로 이탈했던 에이스 구창모 카드를 꺼냈고 두산은 10월부터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플렉센의 등판을 예고했다. 구창모는 부상 전까지 특급 외국인 투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성적과 두산을 상대로도 1경기 등판해 8이닝 1실점이라는 좋은 기록을 남겼기에 내일도 잘 막아낼 것이라는 예상이 모인다. 하지만 플렉센도 마찬가지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단 2실점만 허용한 특급 퍼포먼스와 올 시즌 NC를 상대로 3경기 나와 3.00의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기 때문에 그 역시 구창모와 함께 좋은 피칭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웃은 공룡, 과연 곰은 반격에 나설 수 있을까. 아님 공룡이 계속 기세를 이어나갈까. 한국시리즈 2차전의 경기 내용과 승부의 향방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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